댓글 2   2019년 6월 10일


6월 1일 경기IT새일센터에서 1일 코딩융합미술 캠프를 진행한 임 해옥입니다.
초등학생과 학부모, 2명으로 구성된 10팀이 참여했습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캠프가 5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끝나는 시간에는 분명, 아쉬움 반 뿌듯함 반의 즐거움 가득한 느낌이었는데요. ‘흠, 그날 재밌었는데, 왜 재밌었지?’ 하는 질문으로 이 글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문제(Problem) 대신 프로젝트(Project)

학습자 중심의 PBL 수업이 대세입니다. 코딩융합미술은 PBL로 설계된 과정입니다. 이번 캠프에서 해결해야 할 어떤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함께 또는 혼자서 완성하고자 한 [프로젝트]는 있었습니다. 자기다움을 오롯이 드러내는 일이 제일 잘 하는 것이라고 서로 응원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 번 해봄으로써 자기 안의 표현의 욕구를 드러냈달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평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작품도 존중받아 마땅하니까요.
르네 마그리트의 [잘못된 거울] 작품 만들기 활동은 엄마와 아이가 한 팀이 되어 서로의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나의 눈동자에 혹은 상대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비치는 이미지들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서요. 펭글이 작가(캠프의 참여자는 이 날 하루만큼은 불리고 싶은 이름을 스스로 정했습니다.)의 잘못된 거울에는 온통 똥 이미지여서 낯설었지만, 그 낯선 느낌이 초현실주의 미술의 특징이기 때문에 그 느낌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마광 작가의 모닥불은 캠프파이어를 연상케 했지만 화난 엄마의 눈동자 안에 있는 불꽃이었다는 것을 발표할 때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작품을 집중해서 만들면서 몰입의 즐거움을 느꼈다면 발표 시간에 작품들을 공유하면서 이해와 감상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사진1. 르네 마그리트의 잘못된 거울 작품 활동 결과>

 

 

고딕미술의 [스테인드글라스] 만들기 활동은 4명이 한 팀으로 진행했습니다. 어떤 주제로 만들지 토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수렴한 후 각자 맡은 그림을 그렸어요. 마그리트의 [잘못된 거울] 작품 활동도 그랬지만,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활동은 어머니들이 엄청 몰입하셨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빨리 마무리하는 것보다 꼼꼼하게 디테일을 살리는 걸 택한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완성이 덜 된 것처럼 보였지만, 대수인가요?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들이었습니다. 행복한 망고팀의 <행복한 우리 가족>, 사이다팀의 <고래>, 커피 초콜릿팀의 <행복한 식물>, 코믹 코딩팀의 <행복한 얼굴>, 코친팀의 <마블 히어로즈>, 멋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진2. 작품활동 결과>

 

 

자발적 참여와 협업

저는 단지 진행을 하고 간단한 안내를 했습니다. 캠프의 내용과 시간을 풍성하게 채운 것은 참가한 작가 선생님들이었습니다. 미술작품 활동 시간이 싫어도 코딩 시간이 재미있는 사람, 자기소개하는 시간은 싫어도 팀 활동은 재미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싫어도 같이 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었습니다. 서로 어울려서 하다 보면 싫어하는 활동 시간에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가도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 시간에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수면 위로 올라와 날갯짓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흐뭇했습니다. 코딩시간에는 엄마가 자녀의 코딩을 도와주기도 하고 엄마의 코딩을 디버깅해주는 자녀도 있었습니다. 셔니 작가는 엄마인 내땅 작가가 코딩을 도와줬을 때 너무 고마웠다는 소감을 얘기하기도 하였지요. 지니 작가는 엄마인 진 작가의 코딩 문제를 해결해주고 자기 작품은 다른 코드를 추가하여 응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진3. 코딩활동시 협업과 응용>

 

 

나를 표현한다는 것, 새로운 시도

일상을 살면서 의식적으로 내 안의 감성이나 의지를 표현해보는 창작활동의 기회가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라는 질문은 꽤 당혹스럽습니다. 미술을 매개로 자유롭게 표현해보고 코딩을 융합하여 미디어아트 작품을 하나 창작해보는 경험은 새롭고 낯설기에 어렵고 흥미롭습니다. 마침내 해냈을 때의 만족감과 즐거움은 기대 이상인 것 같습니다.

 

캠프를 마치며

캠프를 마치면서 학부모들의 소감을 듣고 싶었는데요. 학부모님들은 그저 웃기만 하셨지요. 이렇게 마치겠다 하는 순간, 맨 뒤에 앉아있던 그라이도스(초등 3학년) 작가가 손을 들더라고요. 무슨 할 말 있어요? 하고 물으니 한 마디 합니다. “재미있었어요” 어머,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손을 들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다니요. 갑자기 들은 그 한마디에 마음이 갑자기 벅차올라 다음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앞자리의 셔니 작가(초등 3학년)도 “뾰족뾰족 대성당 코딩할 때 시간이 모자라서 아쉬웠어요” 합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이 학생들이 손을 들고 한마디씩 보탰습니다. 엄마가 가자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는 솔직한 감상평도 해주었습니다. 첫 시간에 자기소개를 할 때만 하더라도 쭈뼛거리며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불과 5시간만에 스스럼없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의견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 놀라웠습니다.

코딩융합 미술 교육내용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참여자들의 활동 내용과 반응을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다만 아직 보완할 점은 있습니다. 교재의 내용만 이용하기에는 수업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기에 화가와 작품에 대한 추가 자료 조사를 통해 키워드를 정하고 이야깃거리를 풍부하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딕미술의 코딩 프로젝트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스프라이트를 건축물의 장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기능이 좀 부족하길래 몇 가지를 추가하였습니다. 또, 스테인드글라스 미술 활동 시 알루미늄 호일을 약간 구겨서 뒤쪽 판에 붙여주면 훨씬 예쁜 스테인드글라스로 보입니다. (김윤정 선생님의 꿀팁입니다. 감사합니다.)

캠프는 재미있었습니다. 저만큼 참가자들도 그러했기를 바라봅니다. “왜 재미있었지?”라는 처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참가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매력적인 PBL 기반의 융합 콘텐츠가 있었고, 캠프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여러 선생님들의 협업으로 물 흐르듯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캠프가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같이 협업해 주신 모나리자(김정애 BM)선생님, 미키(김희진)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진4. 단체 기념 사진 >

 

  1. 맘이랜서네트워크 2019년 06월 12일 09:01

    ‘건들’ 선생님.. 멋진 캠프 운영 만큼.. 스토리도 훌륭하십니다! 그날 편안하고 허둥대지 않고, 이상하게 여유있는 캠프를 진행해서.. 제가 경험해본 수업 중 가장 편안했던 수업이었습니다. 미술융합콘텐츠에 걸맞는 멋진 스토리! 감사합니다! – 오전 9시 정각에 모나리자 …

    • 임해옥 2019년 06월 13일 09:26

      모나리자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미키선생님 덕분에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었어요. ^^